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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의 사생활/- 독서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제현주


높은 실업률, 멈춰버린 경제성장 등 불확실한 미래에서
일에 대한 의미를 다시 찾아보고, 새롭게 정의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책이다.
책 제목대로 “안내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기 보다는 남들이 보기에 선망받던 기업에서부터
현재 ‘놀아요’라고 할만한 일들을 영위하기 까지의 작가가 해 온 “‘일’에 대한 사고”에 가깝다.
이 책의 끝에 현재까지의 생각으로 내린 작가의 결론이 있어 안내서 같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작가 자신의 ‘일’에 대한 편견 가진 사람들에게 대꾸하기 위해 쓰여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일에 대한 환상과 직업 찾기

 

”좋아하는 일”, “나랑 맞는 일”이란 원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열정을 다할 수 있는일을 찾는 것.
그게 흔한 일일까?

성과에 대한 압박이 없고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할 수 있는 취미만 생각해도 그렇다.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면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한 가지 취미를 지속해 온 사람의 수는 더 적다.
성과 부담에서 벗어난 취미 생활도 갖기도, 유지하기도 힘든데
“일”을 좋아하는 게 가능한가 의문이 드는거다.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하겠으니
하기 싫어 죽을 것 같은 일부터 피해본다.

그러다보니 하기 싫은 일을 판단하는 확실한 기준이 생겼다.

일할 때 제일 고된 3시에서 4시 사이.
시계를 돌아볼 때, 체감 상 1시간 일한 것 같은데, 아직 5분밖에 지나지 않을 때…
또 시계를 돌아봐도 아직도 그 시간이 그 시간일 때..
그런 날들이 한달 중 다수를 차지한다면
나는 ‘하기 싫어 죽을 것 같은 일’이라고 판단한다.

 

▶ 일의 의미

 

나는 직업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10대 20대 때, 일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장래희망을 적으라는 말에 ‘커리어 우먼’이라고 적어내기도 했다.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필요한 존재가 되어 대체 불가한 사람으로 위치하길 바랐다.

그런데 그게 터무니 없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무슨 일을 한다’라는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었는데,
어느새 일은 내게 ‘생존을 위한 도구’로 변모가 되어 있었다.


생존을 생각해야 하는 게 현실이니까.

고용 시장은 해고가 쉬워지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고,
회사는 나의 생계를 안전하게 책임져주지 않는다.

게다가 만연해있는 직무들이 사라지는 이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나의 일자리는 안전하지도 않다.

내가 지금, 하고 싶다고 외친 그 직무와 일자리가
미래에도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런데 전문성을 갖춘 인재라느니..?
맞는 말일까?

 

 

▶ 미래의 일에 대한 자세


“서스테이너블”한 사람이 되려고.

한가지 우물만 죽어라 파다가
그 우물이 말라버려 사막에 버려진 낙타같은 신세가 되기전에
뻗어나갈 다른 길도 만들어 보는거다.

기업들이 서스테이너블한 기업이 되기 위해
여러 산업을 탐색하며 계열사로 뿌리를 내리듯이,
나도 여러 일들을 해보며 돈으로 환전할 수 있는 기회들을 탐색하고 찾아 보는거다.

그래도 잃지 않아야 할 것이 긍정이었다.

미래의 생존을 위해 고민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그 과정이 즐겁지 않으면 내 인생은 준비, 인내 그리고 고단함으로 범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고민을 좀 더 행복하게 해보려고 한다.



그리하여 어찌할 바 없이 요구되는 것은 기꺼이 변화를 껴안으며,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래를 확신하는 착각도, 예측 불가능성에 안절부절못하는 소심함도 낙제점이다.
준거점 없음을 준거점으로, 정박지 없음을 정박지로 삼아야 하는 아이러니. 그 아이러니를 감싸 안지 않고서는 살아갈 도리가 없다.

P.166



여러 기회를 탐색하고 뿌리내리는 것.

나와 일에 대한 생각의 결이 같은 작가를 보면서
이 책의 내용은 글쓴이의 주장이 아니라
이 내리막 시대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의 작가도 일의 범주를 늘리고 있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리던 것을
작가는 이미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 싫어 죽을 것 같은 마음만 없으면 뭐라도 해보자.”
이게 내가 미래를 맞이하는 방법이고, 생존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