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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의 사생활/- 독서

공간의 미래 - 유현준 #코로나가 가속시킨 공간 변화

공간의 미래 - 유현준


이 책은 건축가의 시선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공간의 변화를 바라본 책이다.
주거, 학교, 교회 등 여러 공간을 다루는데 사실 예측보단 주장과 제안의 성격이 짙다.

1가구 1발코니의 세대
작가가 다룬 여러 변화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1가구 1발코니다.
현재 도시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공적 공간뿐이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하는 이 시국에 외부 공기를 쐴 수 있도록 발코니를 두기를 제안했는데, 이 제안은 집에서 다양한 것을 해결하려는 MZ세대이자 어릴 적 시골 마당있는 집에서 자랐던 나에게 로망처럼 다가왔다. 발코니에서 바깥 바람도 쐬고, 식물도 기르고, 테라스에 앉아 책을 읽으면 얼마나 여유롭고 평화로울까. 잠시 상상을 해본다.

시선이 가는 곳에 권력이 생기는가?
작가는 시선이 가는 곳에 권력이 만들어 진다고 주장한다. 여러 사람들이 집중하여 바라보는 교사, 목사 뿐만 아니라 시대가 변화면서 개인방송인에 대한 영향이 커지며 권력이 생겼다고 한다. 나는 그다지 공감하지 않았는데, 권력과 인기로 인한 영향력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권력은 타인을 지배하거나 복종시킬 수 있는 힘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 말인 즉, 권력에는 타인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때 강제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과 연예인에게 영향력은 있어도 그 성질에 강제성이 포함되어 있는가? 잘 모르겠다. 시선이 집중되는 곳에 권력을 가진 자가 앉는 경우가 빈번한 것 뿐이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표현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성학교가 꼭 필요한가?
작가는 전염병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작은 소수의 규모의 여러 위성학교로 쪼갤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낳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전염병으로 다핵 구조로 흩어지게 됐을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일부 사람들은 공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 특수 엘리트 집단 내에 유대감이 강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언급한다. 그러면서도 이런 단점 때문에 교육의 진화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위성학교가 생겨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만큼 위성학교가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만큼의 교육효과를 불러일으킬까? 그것부터 논의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가뜩이나 출산률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가 불평등/양극화가 큰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출산률을 더 떨어뜨려서 그나마 학교에 갈 아이들 조차도 없애는 것보다 양극화를 줄이는 방안부터 검토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에 규제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축가로서 조금 더 창출하고 싶은 가치가 있을 때 그때마다 규제 장벽에 부딪힌다면 답답함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규제가 만들어진 것에 대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무조건 폐지하는 방안은 옳지 않다고 본다. 낡은 규제라면 폐지해야하는 게 옳다. 그런데 왜 그 규제가 왜 생겨났는지 존재의 이유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이래선 안된다’ ‘해외는 이렇지 않다’라는 식의 논거는 수긍하고 싶어도 설득력 부족해 보였다. 적어도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때는 그 규제가 왜 생겨났는지 그리고 폐지할 때의 부작용은 어떨지에 대해 조금은 짚어줘야 일반인들이 수긍하고 지지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점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건축설계로 집값 잡기
필자는 획일화 된 아파트는사람들이 동일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아파트 자체가 마치 거액의 자기앞 수표같아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파트를 지을 때 한 업자가 공장형 아파트를 지을 게 아니라 여러 업자가 만들게 해서 여러 형태의 아파트가 설계되어 다양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비전문가로서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발상이었다. 필자의 말대로 획일화 된 아파트가 아닌 각자의 매력있는 다양한 아파트가 존재한다면 자신의 기호에 따라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적어도 집값이 뛰는 속도는 늦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보여진다.
또한, 제 2,3의 도시를 설계할 때도 강남의 짝퉁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진퉁인 강남의 집값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남 짝퉁이 아닌 제 2,3의 도시는 내가 원하는, 아니 너무 필요한 미래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에 가고 싶어도 일하고 살려면 내 선택지에는 서울 혹은 그 근교밖에 없다. 제발 필자 말대로 분산되어서 내 거주지의 선택지가 서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이 되는날이 왔으면 좋겠다.

공간의 미래는 어떻게 될것인가?
공간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는 잘 모르겠다. 여유있는 사람들은 변화하는 공간속에 잘 살아가리라 생각하지만, 여유가 부족한 입장에선 먼 이야기 같다.
또한, 공간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업자들의 몫이니 이 책에서 고민한 것처럼 열심히 고민해주길 바랄 뿐이다. 다만, 시대에 맞지 않거나 문제가 되는 규제가 있다면, 일반인들이 지지할 수 있도록 논리적 근거로 주장해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함께 규제 폐지에 대해 언급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나은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