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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의 사생활/-블랙야크 100대명산 도전

6) 가평 유명산 #소요시간 #3월등산옷차림

3월 초/ 유명산 등반에 좋은 옷차림

- 경량 패딩 + 조끼 + 후리스 등 여러 벌 입고 갈 것을 추천..

- 장갑 / 모자

- ★등산스틱 필수★
- ★스패츠 필수★

 

등산 소요시간

왕복 3시간

 

 

 

산행일기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친구네 부부와 산행을 나섰다.
이번 여행지는 가평 유명산!

 


3주 전부터 새 풀옷을 입기 시작한 관악산과 달리
3월의 유명산은 아직 겨울이었다.

녹지 않은 눈들이 가득하고 공기는 차갑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나름 두텁게 입고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내의 땀복(요가복) + 두터운 맨투맨티 + 바람막이 2겹으론 턱없이 부족한 추위다.

 


무슨 3월에 눈이냐며 친구가 큰 소리를 낸다. 


 

 



제2 주차장에서 등산로를 찾는 길은 쉽다.
입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 뒤로 매표소가 있다.

아직 동절기라 무료입장이지만, 하절기엔 입장료를 받는 듯하다. 

 

 

가평의 동절기는 3.31일 까진가 보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도가 보인다.

현 위치 지점으로 따졌을 때 2번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고 되어있으나..

올라가 만나는 길은 6번이다.

결국 2번은 어디 있는지 못 찾았고..  6번따라 올라가도 되니 6번따라 올라가 보자.

 

 

 

 

 

 

처음 15~20분이 경사가 제일 가파르다.

눈 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중간에 등산스틱을 꺼내 들었다.

산길은 눈이 녹아 진흙화가 되어있었고,

어떤 부분은 흙탕물이 계곡처럼 흘러내려 걷기가 망했다.

 

 

 



 

미끄러움은 당연지사고 신발에 진흙이 착착 소리를 내며 달라붙으려 한다.

습기를 머금은 채 색도 금색과 황색이 섞여 꼭 소똥 같은 느낌이다.

 

“소똥 밟는 느낌이야”

 

친구 한 명은 진짜 그렇다며 동의를 했지만, 
한 녀석은 그게 무슨 느낌이냐며 반문했다. 
같은 촌구석에서 초등학생 시절을 났으면서 소똥을 본 적도 없는 도시남자인 척한다.

 

 

 


산의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기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추위가 찾아온다
완만했던 경사는 다시 가파르게 변한다.

얼마나 가파른지 올라가는 길에 쭈그려 앉아 발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도 봤었다.
이따 내려올 때 나도 발 썰매 타고 내려오겠다하니 친구녀석 위험하다며 질색을 한다.

 

 

 


산행한 지 1시간 30분쯤이 되어서야 정상에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생각보다 계단이 많지도 않고 높이도 낮아 헐떡거리며 올라갈 정도는 아니었다.

 

 


정상은 산 특유의 내려다보는 느낌은 없다. 산등성이만 보일뿐이다. 그래서 날 좋을 때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찍고 난 뒤 난간에 앉아 간단하게 초코빵을 먹었다.

 

친구네 부부가 어느 커플의 사진을 혼신의 힘을 다해 찍어주고 있다. 

 

 

 

 



표지판이 양평으로 가는 길을 가리킨다.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다.
내려가기 전, 친구가 정상 사진 못 찍었다고 하자, 다른 친구 녀석이 내 블로그에서 보라며 갈 길을 재촉한다.


정상에 잠깐 있었을 뿐인데 추워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 시국에 감기 걸릴까 우려스러워 땀 내려고 급하게 친구들을 버리고 내려왔다. 추위에 의리 따윈 없다.

 

 

내려오는 길. 관악산에서 들었던 절간 문 열리는 소리가 유명산에서도 들린다. 
한참 걸은 뒤 소리의 진원지를 찾을 수 있었다. 정체는 딱따구리였다.

신기해서 관악산을 함께했던 회사 사람들에게 카톡을 보내본다.


하산길에 바닥이 미끄러워 다리를 한 3번 정도 찢은 것 같다.

그래도 요가하며 어느 정도 다리 좀 찢어봤다고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요가를 해놓길 잘했다며 자만심 가득 찬 생각을 해본다.

반면, 오는 길에 친구 녀석은 슬로모션으로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했다.

 

 

진흙은 계속 신발 안으로 튀어 들어간다.

세탁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스패츠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인생이 게임이라면 등산은 게임 안에 있는 미니게임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목표 지점은 분명히 존재하고 모두가 올라가려 기를 쓴다.

가파른 경사를 마주할 때마다 '내가 미쳤다고 이 길을 왜 왔지'하는 생각이 든다.

정상에 서 있는 느낌도 우리네 인생과 다르지 않다. 내가 이걸 해냈다는 성취감을 주지만, 반드시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산은 절경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반면, 오늘 같은 산은 기대했던 풍경이 아니라 실망하기도 한다. 같은 산이더라도 빨갛고 노란 단풍이 어우러지는 날이 있고, 어느 날은 기대치 않았던 눈꽃 가득한 설산이 있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산은 결과물을 감추고 있다.

이게 내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다.

 

올해도 날 좋은 날 지속해서 산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