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코스 : 서울대입구 - 연주대 - 정부과천청사역
등산 소요 시간 : 약 3시간 40분 (휴식 30분 포함)
총평 : 운동하기 딱 좋은 산! 유산소 + 무산소 운동을 적절히 배분해서 할 수 있다.
도봉산을 마지막으로 올해 등산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저번 주 한 주 쉬었을 뿐인데, 주중에 계속 산 생각이 났다.
마지막으로 갔던 산인 도봉산의 뷰가 별로이기도 했고..
그냥 높은 곳에 앉아서 탁 트여있는 도심을 내려다보고 싶다는 욕구가 계속 일었다.
안 되겠다. 산 타러 가야겠다. 마음먹은 뒤로 뒤늦게 함께 산행할 사람을 구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등산은 같이 갈 사람을 급하게 구하면 꼭 이렇다.
어쩔 수 없이 나 홀로 등산을 처음으로 도전했다.
내 다년간의 여행길을 돌이켜 보면, 나는 초행길에서 길을 잘 잃어버린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산 중에 길 잃을까 우려했는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서울대입구 - 연주대 - 사당역 코스를 계획했으나...
하산하는 길을 잘 못 들어 정부과천청사역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연주대 가는 길
서울대입구역에서 3번 출구로 나와 5513번 버스를 탔다. 블로그 찾아보니 ‘건설환경종합연구소’에서 내리면 가장 짧은 코스를 갈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조금 더 걸어보자는 욕심에 ‘서울대입구’에서 내렸다.
인기 있는 서울산이니 등산객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많지 않았다.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인터넷에서 버스에서 내리면 관악산공원이라고 쓰여있는 입구가 있다고 했는데, 내 두 눈으로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 몰래 뒤를 쫓았는데 할아버지들이 자꾸 이상한 길로 빠져서 서울대입구를 20분간 뱅뱅 돌았다....
관악산 입구는 서울대입구 정거장에서 내려서
샤를 정면으로 두었을 때 뒤를 돌아 미니스탑 쪽으로 가면 된다.
한 3~5분? 정도 내려오면 왼편으로 관악산공원 입구가 보인다.
관악산 입구부터 쭉 한 길 따라 올라갔다.
올라오다 보니 도란도란 걷는 길이라며 샛길도 있었다.
앞에 등산 커플이 샛길로 빠지는데 따라가려고 하는데 팻말을 보니 다른 길인 것 같아서 그냥 직진했다.
관악산 정상 가는 길은 도봉산과 마찬가지로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가면 된다.
나무 건너편에 서울대가 더 이상 보이지 않으면 둘레길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된다.
역시 산 이름에 ‘악’ 자가 들어가는 만큼 돌들로 길이 이루어져 있다.
중간에 건너편으로 두 번 정도 건너야 한다.
이 번 산행에서 깨닫게 된 길 찾는 방법은
내가 가려는 길에 낙엽이 바스러진 흔적이 없다면, 그 길은 등산로가 아니니 패스하고
낙엽에 찍힌 자국이 있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간? 한 시간 반? 정도 유산소 호흡 길이 끝날 무렵쯤 깔딱고개와 계단이 차례로 나온다.
그 고개부터 연주대까지 20분가량 소요되는 것 같다.
여기서부터 무산소 호흡이 시작된다.
계단이 끝나면 왼쪽엔 연주대와 정면엔 연주암이 보인다.
탁 트인 풍경에 숨통까지 트이는 기분이다.
연주대 쪽으로 향하려면 내 배에서 가슴께 오는 높이의 바위를 올라타야 한다.
여기서도 바위 잘못 올라섰다가 낭떠러지를 마주해 3초 정도 당황했다.
뒤를 돌아보니 가을에 왔으면 여기도 한 풍경 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계속 보면서 산멍을 때리고 싶었지만 매섭게 부는 칼바람에 가는 길을 재촉해야 했다.
생각해보니 정상에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인증샷은 애초에 찍을 계획이 없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온 산이고 서울산이라 언제든 또 올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인증샷 찍어 줄 사람도 없기도 했고...
넉살이라도 좋으면 같이 줄 서서 모르는 사람들한테 한 번만 찍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겠으나..
낯가리는 나에겐 연고 없는 이에게 말 건네는 일이 쉽지가 않다.
바람이 덜 부는 장소를 찾아 20분 정도 산멍을 때렸다.
마음 같아서는 더 앉아 있고 싶었지만, 저녁 약속이 있던 터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올랐다
다사다난했던 하산길
사당역으로 가기 위해 보이는 연주대에서 가장 가까운 계단으로 내려갔다.
여기서부터 미아의 길이 시작되었다.
그저 사당전철역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따라 내려갔을 뿐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내 앞에 두 쌍의 커플이 있었다.
한 쌍은 신발끈을 묶느라 내가 앞지르게 됐고,
그 앞의 커플은 나무 사이로 머리가 간헐적으로 보여서 그들을 따라갔다.
어느 순간부터 앞에서 보이던 커플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트랭글이 길을 이탈했다며 경고해왔다.
바닥을 보니 낙엽에 사람들이 밟고 간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사당역에서 시작하는 코스에 사람이 이렇게 안 다닐 리가 없는데..
뒤에 신발 끈 묶던 커플도 같은 길을 향하고 있길래 다급하게 뒤를 돌아그 커플에게 이 길이 맞냐는 질문을 했다.
“몰라요. 저희도 표지판 보고 따라왔어요”
ㅈ됐다..
바닥을 열심히 살폈다. 잘 들여다보니 간간히 등산스틱에 찍혀 있는 낙엽들이 있었다.
그 낙엽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계속 마음속으로 나는 지금 조난 신고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갈등이 일었다.
어느 정도 내려와 보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여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표지판의 뒤통수가 보이자 헐레벌떡 내려와 뭐라고 쓰여있는지 확인했다.
망했다. 과천 쪽으로 빠지는 길로 잘 못 왔다.
선택지 따윈 없다. 그대로 과천행이다.
저녁을 같이하기로 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순간부터 내 뒤를 쫓았던 커플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앞의 산악회 사람들이 보이길래 모르는 사람들 뒤를 열심히 쫓았다.
이번엔 놓치지 않고 과천 쪽이라도 잘 내려가겠다는 다짐으로....
놓취지 아늘꼬에요~
하산길은 언제나 그렇듯 길다.. 모르는 사람들 뒤를 쫓는데 발걸음이 꽤나 빨랐다.
분명 저분들 한 걸음 걸을 때 나는 두 걸음 걸은 것 같은데 뒤쳐지는 기분은 왜 때문일까?
키도 엇비슷한 것 같은데...
무릎이 서서히 쑤셔오길래 하산할 땐 케이블 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와 보니 진짜 케이블카가 있었다.
종점에 도달하니 앞에 산악회 사람들이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넨다.
나도 셀프로 혼자 수고했다는 말을 해준다.
눈 앞엔 주막 집들이 보였는데,
저녁 약속이 없고 2~3시쯤이 었다면
혼자서 막걸리 한 사발에 김치전 하나 때렸을 각이었다.
정부과천청사역을 종점으로 산행을 마쳤다.
이전엔 야등으로 전망대까지만 올랐어서 몰랐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딱 적당하고 난이도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산이 갑자기 가고 싶은 날에 혼자 오르기 적당하다는 평가를 해본다.
다음번엔 꼭 저 작은 주막집에 앉아 김치전에 막걸리 한 잔을 때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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