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숨은벽 등산코스 : 구파발역 2번 출구 - 34번 버스 - 효자 2통 하차 - 국사당 - 인수봉 - 백운봉 암문 - 북한산 백운대 (중도 하산으로 인증샷 못 찍음) - 우이동
등산 소요 시간 : 약 5 시간 (휴식 30분 포함)
- 등반경험 10회 이상 등린이 기준/등산스틱은 암벽이라 초반 빼고 거의 쓰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총평 : 사람이 바글바글. 코로나 피해 갔다가 온 동네 사람 다 만나고 오는 기분. 북한산은 비시즌에 가야 인증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구나...!
마니산 등반 전부터 꼬맹이 하나와 북한산 숨은벽 등반 일정을 잡았다. 이미 한 차례 다녀온 꼬맹이의 얘기에 한껏 기대하며 출발했다.
구파발역에서 34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안은 이미 만석.
그동안 출퇴근하면서 연마한 사람 밀어 넣기, 계단 위 올라타기 스킬로 억지로 탑승해 본다. 버스 내에 있던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걸 뻔뻔한 아줌마 마냥 모른 체 무시해 보지만 등에 식은땀 흐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버스는 연신내에서 출발하는 버스이니, 북한산 시즌 기간엔 되도록 연신내역에서 먼저 타는 걸 추천한다.
효자 2통에 내리면 국사당 간판이 보인다.
그 안쪽 골목으로 올라가면 북한산 입구가 있다.
입구 주차장은 벌써 만차였고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초입에 화장실이 있는데 물 없는 화장실이다.
굉장히 더러우니, 앞으론 역에서 해결하고 오자.
조금 올라가면 표지판이 보인다.
우린 백운대 쪽으로 향했다.
길은 하나로 나있고 등반하는 사람이 많아서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사람이 많으니 경관 대신 사람들을 보고, 노래 대신 별 얘기를 들으며 등반한다.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효근이가 중국 지사에 발령이 나서 6개월간 미친 듯이 현지어 공부를 했단다. 그렇게 4년을 일했는데, 사업부 자체가 없어지면서 잘릴 위기에 처했다고. 결말은 다행히 대만 영업부로 발령 나서 지금은 대만에 있단다. 그리고 친구가 와이프랑 아이들 데리고 필리핀으로 갔다는 얘기도 했다.
등반하면서 엿들은 얘기다.
3~4살쯤 꼬맹이를 업고 등반하는 아저씨도 있었다.
아빠 등에서 ‘왼쪽! 오른쪽!’을 외쳐댔다.
우렁차게 외치는 게 얼마나 얄밉던지.
넌 내가 장담하는데, 20년 뒤에 너네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줄 알게 될 거야 임마!
30~40분가량 걸었을까!
가을을 담은 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그대로 직진했다.
이 곳을 기억하자.
위의 돌댕이와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올랐다.
그리고 왼쪽엔 계단이 있고 오른쪽 다른 길이 나있는데,
숨은벽은 계단길로 가야 한다.
계단길만 걸어...★
등반 한 시간째.
드디어 숨은 벽이 보인다.
보이기만 할 뿐 아직 더 가야 한다.
바위랑 단풍으로 얼룩진 산이 조화를 이뤘다.
이 웅장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서서 구경하고 있으니 웬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준다 했다. 인왕산에서 젊은이들보다 아저씨들이 사진을 더 잘 찍는다는 걸 깨달은 바가 있어 흔쾌히 카메라를 드렸다.
아저씨가 포즈도 잡아주시고 누워서 열정을 다해 찍어주셨다. 다음부턴 팔짱을 껴보라고 해서 월악산 갈 때 시도해보려 한다.
조금 더 가서 사진을 찍어본다.
사진으로 내가 보는 경관을 담아낼 수 없었다.
왜 옛날 사람들이 동양화에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그림을 그렸는지 알 것 같았다.
잠시 다음번에 먹과 한지를 가져와 그림 그려볼까 싶었다.
바람에 먹이 다 튀기고, 한지가 펄럭거려 쩔쩔매는 내가 보인다. 그래. 그림 그리는 건 접자.
뒤편을 봤을 때, 위에서 언급했던 사람 많아 사진을 찍기 어려웠던 구간이 나온다. 빨주노초파남보!! 사람들이 알록달록하고 바글바글하게 서 있다.
드디어 진짜 숨은 벽이 나타났다.
숨은벽 끄트머리에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줌마 아저씨들인데 줄 하나에 의지해 올라가는 게 보는 사람을 아찔하게 한다.
아까 성심성의껏 사진 찍어주던 아저씨가 릿지를 신으면 위험하지 않다는 부연설명을 해주셨다.
바위를 돌아 나오면 지옥코스가 시작된다.
산속의 날다람쥐라 불리는 꼬맹이도 이 구간은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고 싶단다. 끝없는 돌댕이로 이루어진 계단이 있다.
여기 사진을 찍으니 아까 사진 찍어준 아저씨가 예쁘지도 않은데 뭐더러 찍냐 했다.
블로그 하려고요.
블로그? 좋지!!
계단이 보인다면 이 코스의 끝이다.
사진에 보이는 게 전부다. 여까지 오면 다 온 거다.
좁은 바위를 돌아 나오면 돌담이 보인다.
이때 오른쪽 길로 올라가야 백운대가 나온다.
근데 나는 왼쪽 길로 내려갔다.
다 내려가서 문이 하나 보이는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거다 싶었다.
어? 이거 백운대 올라가는 길인데!! 나 내려왔나 봐!
뒤 돌아보니 위에서 꼬맹이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부터 계속 불렀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단다 ㅋㅋㅋㅋㅋㅋㅋ
백운대 올라가니 사람들이 끔찍하게 줄 서 있었다.
블랙야크 인증샷을 찍어야 하는데, 계속 기다리다간 여름에도 피했던 그 해 더위를 다 먹겠다 싶어서 그냥 내려왔다.
내려오는 데도 사람들이 뒤에 줄지어 기다리고 있어서 경관 사진조차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내려오는 길 표지판이 보인다면 우이동으로 가는 쪽은 백운대 탐방 지원센터를 가리키는 방향이다.
북한산특수산악구조대에 벤치가 있다.
간식을 꺼내 먹는다.
야무지게 먹어야징~~🐷🐷
산에서 먹는 샤인머스캣이 일품이다.
탐방지원센터에서 백운대를 올려다보니 줄 선 사람들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쭉쭉 내려오면 된다.
등산하면서 또 다른 배운 것이 있다면
가파른 길에선 거꾸로 내려가면 편하다는 것이다.
첨엔 저 아줌마들이 왜 위험하게 거꾸로 내려가나 싶었다.
그런데 거꾸로 내려갔을 때 무릎 통증도 완화되고
다리를 길게 뻗는 게 가능해서 빠른 속도로 내려갈 수 있다.
마니산 때도 친구들한테도 추천했을 때 모두 감탄사를 금치 못했다.
쭉쭉쭉 내려가다 보면 버스 종점이 보인다.
꼬맹이는 버스를 타러 갔고, 나는 더 내려가 노스페이스 끼고 오른쪽으로 빠져 지하철을 탔다. 딱 3칸짜리 지하철.
학교 다닐 때 이 지하철이 들어서려고 공사하고 있던 게 생각났다. 학교 다니는 모든 애들이 공사 완공 일자가 자기 졸업할 때쯤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애들 전부 지하철을 구경도 못하고 졸업했다. 나도 입학 때부터 공사 중이더니 졸업할 때까지 한 번을 못 탔는데... 이제야 타본다.
이번 등산은 사람에 치이는 게 절반이었던 것 같다.
그 인파 속에서 사람들을 추월해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불쑥불쑥 샘솟았다.
그럴때마다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빨리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비록 블랙야크 100대명산 인증도 못하고 도로 내려오는 불상사를 겪었지만... 100대명산 다 찍기까지 최소 5년 이상은 걸릴 텐데 서울에 있는 이 산을 다시 오지 않을 리가 있을까..!
그래서 인증은 번외로 제쳐두고, 다음을 기약해본다.
다음 행선지는 월악산이다!
그때까지!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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