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강화도 여행을 다녀왔다.
나 말고도 요즘 등산에 취미 붙인 친구들이 있어서 여행코스에 마니산이 추가되었다.
등산을 원치 않은 친구들도 있기에 두 팀으로 나뉘었고, 그들이 기다릴 걸 생각해서 제일 짧은 1코스로 다녀왔다.
등산코스 : 마니산 1코스 - 첨성단 중수비
소요 시간 : 2시간 20분 (기초체력 있는 등린이 기준 / 등산스틱O / 등반 경험 10회 이상, 휴식 시간 약 40분 포함)
총평 : 계단 지옥
마니산 초입 부분이다.
주차할 공간도 많았고, 화장실도 깨끗했다.
편의점도 있어서 생수를 깜빡했다면 여기서 구매하면 된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했다.
입장료는 대인 기준 2,000원이다.
입장하면 보이는 길은 등산코스라기보단 공원에 가깝다.
경사가 거의 없다.
풍경도 좋다.
정자도 있고, 물 위에 다리도 있고, 아스팔트 길에 나무를 적당하게 심어 놓아서 길 위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산책만 하고 돌아가기에도 좋아 보인다.
돈 받는 관광지라서 그런지 내부 곳곳에 화장실이 보였다.
마니산 정상의 해발 고도가 낮아서 그런지 죄다 차림들이 간단했다.
반면, 나는 등산은 장비빨이라며 만발의 준비를 해갔는데,
친구 놈들이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내 등산 가방에 그들의 모든 짐을 넣었다.
1코스로 향하는 길에 매점이 보이는데, 막걸리를 팔고 있었다.
술 좋아하는 친구들이 출발 전부터 한 잔 마시고 가자 했다.
그래서 나랑 친구1은 그들을 버리고 올라갔다.
기다림 따위란 없다.
아스팔트 길에 나무들이 있어서 걷기에 편했고
중간중간 물과 다리, 그리고 정자가 보였다.
산책로 끝부분에 첨성단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리고 표지판이 가리키는 길을 보면 계단이 있다.
여기서부터 1코스가 시작한다.
인근에 화장실이 있는데, 1코스의 마지막 화장실이니 볼 일이 급할 것 같으면 미리 해결하고 가자.
헉헉대고 올라오면 쉬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정자가 보인다.
이 정자가 보이면 절반을 올라온 셈이다.
뒤처진 친구들을 기다렸다가
내 가방에 넣었던 그들의 생수 1통을 주었다.
여기에서 등산스틱 한 짝을 친구4번 놈에게 뺏겼다.
그리고 내 가방에 지 윗도리를 집어넣어, 빠진 가방 무게를 도로 채워 넣었다.
다시 등산길에 올랐다.
여기까지 이 정도 계단은 껌이라며 우습게 봤다가 큰코다친다.
진정한 계단 지옥은 이제 시작이다.
이제 끝났겠지? 싶은 구간에 또 계단이 보인다.
계단 높이도 정강이보다 높아서 올라갈 때 꽤 힘들다.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나무와 계단만 가득할 뿐,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오르는 길에 유일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하단에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딱 한 곳이 전부다.
마지막 계단! 첨성단 출입을 막아 두었는데, 옆쪽 길에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첨성단 중수비 쪽으로 향한다.
친구 2번 놈과 먼저 정상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갯벌이 보이는 풍경이었다.
주로 아파트가 보이는 서울산 정상의 풍경과 다르다. 저 멀리 푸른 바닷 빛과 갯벌, 그리고 노랗게 물든 벼 때문에 색감이 예쁘다.
올라오는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과일 반 컵을 먹었다.
친구 2번 놈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길래 내 BAC인증 타올을 주었다. 타올은 그 놈의 땀으로 축축해졌다. 이제 그 타올은 쓰지 못할 것 같다.
이곳의 정상에도 고양이들이 살고 있었다.
딱히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먹을 게 풍족했는지 5~6개월 된 새끼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정상 바위에서 사진을 찍거나, 컵라면을 먹거나,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앉아서 사람, 고양이 그리고 풍경을 구경하고 있으니
곧이어 다른 친구들도 정상에 도착했다.
먼저 가서 줄을 기다린 뒤에 블랙야크 100대명산 인증샷을 찍었다. 그리고 친구들도 한컷 씩 찍었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사진 찍은 뒤 한쪽에 앉아서 풍경을 구경하는데
친구 4번 놈에게 방석을 뺏겼다.
본인 와이프 준다는 줄 알고 순순히 뺏겼는데, 아 글쎄 본인이 앉더라.
아주 손이 많이 가는 놈이다.
하산 후, 올라오는 길에 보았던 매점에서 막걸리 한 통을 샀다. 강화도표 생막걸리였는데, 적당한 탄산에 목넘김이 좋았다.
이 친구들과 사는 곳이 달라서 늘 따로 산행했었는데,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난도 잘 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라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 산행뿐만 아니라 루지도 타고, 바다가 가까운 카페에도 들려 커피도 마셨다. 일찍 일어나서 활동한 게 많아서 그런지 하루가 ‘즐겁게’ 길었던 날이었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즐거워하면서도 행복해하진 않았다. 루지 탈 때도, 산행도 재밌게 하다가도, 끝나는 순간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시큰둥하게 앉아 있었다.
그런데, 친구 1이 작은 일에도 옆에서 ‘행복하다’는 말을 남발했다. 처음엔 뭐가 행복한지 의아했는데, 계속 듣고 있으니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친구를 보면서 생각했다.
행복이라는 것은 부족한 것을 채우고, 특별한 것을 손에 쥘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 친구처럼 사소한 것에도 웃고, 즐겁고, 행복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동안 나는 행복하지 않을 준비가 되었던 사람은 아니었는지, 지난날의 나를 잠시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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