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형무소 수감된 정치범 발렌틴과 동성애자 몰리나의 이야기.
로맨스라고 하기엔 다소 넘치는 면이 있지만 어쨌든 동성애적 요소가 가미되어있다.
이 책은 몰리나가 6편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며 흐름을 이끌어 나간다.
표범 여인부터 시작해, 독일 장교와 레니, 매혹의 오두막, 자동차 경주 청년, 좀비와 함께, 카바레풍의 멕시코 영화가 수록되어 있으며, 오직 자동차 경주 청년만이 마누엘 푸익의 온전한 창작 영화라 한다.
자신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하며 영화를 재생산하는 면모를 보여주는데, 이는 작품에서 몰리나의 상황과 심리 암시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된다.
그는 자신의 관점이 투영된 이야기로 거미줄을 잣으며 서서히 발렌틴을 애정이라는 마음으로 옭아맨다.
(스포)↓
그러나 거미줄에 걸린건 몰리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가석방을 볼모로 발렌틴에게 정보를 캐내는 임무를 받았았지만, 되려 발렌틴을 사랑하게 되고, 그를 돕다 죽는다.
거미여인의 키스..
가여운 몰리나.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을 잠시 가져 본 순간이 그렇게 행복했을까? 그를 위해 위험까지 감수할 만큼?
몰리나의 사랑이 부질없어 보여 안타까웠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돌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고,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사랑받고 싶은 은연중의 기대는 헌신할수록 무시받는 것 같으니 안타까울 뿐인 거지..
고마움과 애정 하는 마음은 별개인 데다가 후엔 당연함으로 변질되어 가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그리고 지나면 미안함만 남으니까...
다음은 내게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장면이다.
발렌틴의 이기와 마음 한구석에 있는 애정이 잘 어우러진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넌 거미여인이야. 네 거미줄에 남자를 옭아매는....」
「아주 멋진 말인데! 그 말, 정말 마음에 들어」
「...」
「발렌틴, 너와 우리 엄마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야」
「...」
「내 생각 많이 할 거야?」
「너한테 많은 것을 배웠어... 몰리나...」
(... 중략... )
「발렌틴, 너한테 한 가지 약속할게. 널 떠올릴 때마다, 난 행복할 거야. 네가 나한테 가르친 대로 말이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약속해 줘... 다른 사람들이 널 무시하지 않도록 행동하고, 아무도 널 함부로 다루게 하지 말고, 착취당하지도 말아. 그 누구도 사람을 착취할 권리는 없어. 한 얘기 또 해서 미안해. 전에 한번 말했는데, 넌 그 말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어.」
「...」
「몰리나, 남한테 무시당하면서 살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그래, 약속할게」
그리고.. 동성애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거미여인의 키스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바로 동성애다.
동성애 주제가 나오면 동성애 자체보단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에서 성교하는 장면이 나올 때 몰리나를 여자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몰리나도 스스로를 여자라고 생각하는데 안될 이유가 뭐가 있는가!
공공장소에서 이성이던 동성이던 커플이란 족속들의 애정표현에 대한 거부감은 강해도
딱히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 않다.
오히려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동성애가 범죄도 아닐뿐더러 타인의 어쩔 수 없는 자유를 비난하거나 빼앗을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데다가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고통을 주어선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읽은 책 에디의 끝에서 이런 말들을 한다.
자신은 사내아인데, 왜 사내아이가 아니냐고.
다른 사람들처럼 수컷다워지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노라고.
말투와 몸짓이 남다른 건 의식해서 나오는 행동은 아니라고.
그런데 그런 그에게 이웃들은 수군거렸고, 부모는 수치스러워했고, 학우는 폭력을 행사했다.
불편함에 대한 얘기는 굳이 전달하지 않아도 이미 수많은 입들을 통해서 들었을 거다.
사회적 동물이라 소속감을 중요시하는 게 인간이라는 동물인데, 어느 누가 손가락질받고 싶어 하겠는가?
오히려 남들 사는 대로 안정감 느끼며 살고 싶지.
그리고 반대로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없다.
누군가가 나에게 동성과 사귀라고 강요한다면?
난 죽어도 못한다. 절대로 못한다.
내가 그러는 것처럼 이성을 좋아하라고 강요받을 때 그들도 같은 느낌을 받는 게 아닐까?
세상에 반대되는 길을 걷는 사람은 힘이 들 거다.
누구나 다 그런 경험 있지 않을까?
남들이 하지 말라는 거 해본 경험.
뭐 예를 들면 안전한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상황 같을 때..?.
그런 일련의 일을 겪어 본 사람들은 알 거다.
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포기가 안될 때 가장 괴로운 사람은 당사자라는 것을.
그 괴로움에 나까지 첨언하여 고통을 가중시킬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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