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삶에 대한 정재찬 교수의 철학과 시가 어우러져 있는 책이다.
총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독서모임 멤버들과 이 책에 대해 얘기하는데,
2명이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들과 달리 크게 마음이 동하지도,
감명을 받지도 않았다.
독서할 때, 기분 상태에 따라 책의 깊이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바쁜 일과 중에 정신없이 읽어서 그런가 싶다.
대신, 시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은 내게,
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감을 주어
나름 유익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물고기와 구름이 관계를 맺고, 햇살이 바람과, 꽃이 하늘과 새 관계를 맺습니다.
그렇다면 내 몸도 물고기, 구름, 하늘, 꽃과 무관할 리 없습니다.
내 몸 속에 슬픔이 한 일은 슬픔이 지나가게 해서 그들이 지나가게 한 겁니다.
그래서 물고기를 들여다볼 때 내가 슬프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구름과 하늘과 꽃이 지나갈 때마다 슬펐던 이유랍니다.
그러니 슬픔은 얼마나 슬펐겠습니까.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p.143-
김경주 -슬픔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물고기는 물을 흘러가게 하고
구름은 하늘을 흘러가게 하고
꽃은 바람을 흘러가게 한다.
하지만 슬픔은 내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그 일을 오래 슬퍼하다 보니
물고기는 침을 흘리며 구름으로 흘러가고 햇볕은 살이 부서져 바람에 기대어 떠다니고
꽃은 하늘이 자신을 버리게 내버려 두었다 슬픔이 내 몸에서 하는 일은 슬픔을 지나가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
자신을 지나가기 위해 슬픔은 내 몸을 잠시 빌려 산다 어린 물고기 몇 내 몸을 지나가고 구름과 하늘과 꽃이 몸을 지나갈 때마다 무언가 슬펐던 이유다
슬픔은 내 몸속에서 가장 많이 슬펐다 - <월간 현대시, 2016년 3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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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입장을 들어보고,
나였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였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일.
어느 관계를 대하는 자세와 마찬가지로
시를 읽는다는 것은
상대의 시선으로 생각하고, 무언가를 보고,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던 그 감정을 느끼면서,
누군가를 이해해 보려는 시도가 아닐까?
대화.
그 하나로 타인을 이해한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한 사건의 전후 사정이 다 적혀 있는 한 권의 책을 읽는 시간만큼
타인의 이야기를 연이어 들어주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뿐더러
서로의 기저가 달라서 적절한 표현을 써주지 않으면 와 닿지가 않는다.
그래서 한정된 사고력 속에서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해 보려고
조금 더 큰 틀을 보려고
그림을 보고,
노래를 듣고,
글을 읽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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