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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의 사생활/- 독서

잠수종과 나비 #기적 #20만번의 눈 깜빡임으로 쓴 책

잠수종과 나비 - 장 도미니크 보비

# 줄거리
엘르의 잘 나가던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가 어느 날 뇌졸중에 걸렸다.
강요된 고독 속에 갇혀버린 그는,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던 왼쪽 눈만으로 이 책을 써 내려갔다.
20만 번의 깜빡임으로 쓴 이 책을 통해 정신만은 나비처럼 자유롭고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현대의 기적
이 책은 에세이로 한 남자가 신체에 갇히기 전과 후에 대한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다. 사고 후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한 자의 설움. 그리고 사고 전 자신의 일상을 떠올리는 에피소드가 주 내용이다.
이 책의 내용은 '기적'이 아니다. 그러나, 그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건, 이 책이 기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삶속에 기적을 생각해본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을 주는 메시지는 어느 순간부터 형편없는 문장들이 되었다.
경쟁사회는 절망감을 주었고,
자본주의가 출발선에 큰 갭을 만들었다.
다수가 바라지만 정해진 좌석은 '여긴 네 자리가 아니라'며 간절함과 노력을 내팽개쳐버린다.
그래서, "노력"은 "노오오오력"이 되어버렸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것"은 "개"가 가져갔다.

이러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어쩌면 세상이 변했던 것처럼 노력의 본질도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아니라. 가진 것을 활용해 무언가 만들려는 노력으로 말이다.
'힘센 날개를 달고, 비싼 깃털이 남아도는' 저 사람과 나의 갭은 부술 수 없는 벽이었다.
그러니 현실은 받아들이되,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작은 의지만이 남게됐다.

그러다 보면, 실패에 절여진 몸뚱이에서 성숙으로 숙성이 된 자신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불행 없이 살다가, 운 좋으면 성공하는 행복을 누리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살아가보는 거다.
장 도미니크 보비가 기적의 책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남은 생에 부디
나의 한계를 활용하는 그런 기적을 만들길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