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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묘일기

브이로그를 찍다 #고양이집사일기

한없이 바쁜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바쁘게 살고 싶지 않은데,

뭔가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가라앉는 운 속에서 살면서

그렇게 변한 것 같다.

 

그동안 작은 성공들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버티고 버틸 수 없음의 정도를 배웠다.

그래서 어떤 일이 닥칠 것 같거든,

미리 가늠해보고 고통스러울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않거나 그 상황을 벗어난다.

 

나를 전보다 잘 안다는 것.

이게 나이가 든다는 점의 좋은 점이다.

 

나는 감정의 깊이가 깊은 편이라

가끔 희로애락이나 생각을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친구에게 쏟아내도 시원치 않으면 일기를 끄적이곤 한다.

짧으면 핸드폰 메모에 끄적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얘깃거리면 일기장에,

그리고 긴 얘기가 될 것 같으면 블로그에 비공개로 일기를 기록해두었다.

 

얼마 전, 우울함에 빠져 일기를 끄적이다가

블로그에 기록한 지난 일기를 보았다.

 

여러 일기 중,

20대의 내가 30대의 나를 상상하며 쓴 글이 있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취업은 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돈은? 집은?

남자친구는? 결혼은 했을까? 아이는?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

 

그 글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잘하고 있었고, 버텨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20대의 나에게 영감을 받아

40대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살아있니? 건강은? 아쿠는? 마린이는?

엄마는? 아빠는?'

 

편지를 쭉- 써 내려간 뒤, 다시 읽어보았을 때

내가 꺾인 나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20대는 무언가 생겨날 것들에 대해서 썼다면,

이제는 잃어버릴 것들에 대해서 쓰고 있던 것이다.

 

 

시간이 아깝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큼직큼직한 일들은 일기로 기억해두었지만,

20대의 일상 속 내 모습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잡아보고자

브이로그를 찍기 시작했다.

그냥 30대의 어느 하루를 찍고 싶었을 뿐인데,

하는 일이 많다보니 시작한지 어연 3주가 되어간다.

 

요리하는 삶.

청소하는 삶.

회사 가서 계속 먹는 삶.

운동하는 삶.

공부하는 삶 등.

 

그리고 

그중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도 있다.

 

상상하고 싶지 않아도

언젠간 이 아이들로 인해 큰 상실을 겪을 테지..

그러면 나는 또 이 영상들을 추억삼아

지금을 상기하고 또 상기할 테고..

 

언젠가 있을 고통은 뒤로하고,

늘 끝이 있기에 지금이 소중한 것을

다만 알아차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