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다른 곳에 보내라"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보면
간헐적으로 이 말을 듣게 된다
동물을 싫어하는 아버지도 그렇고,
내가 고양이 때문에 시집 못갈까 걱정하는 엄마도 그렇고,
기타 어른 등등...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 등등...
내게 다른 곳으로 보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 있다.
어쩌면 누군가들과 같이 분노할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 속에 섞여 자라온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저 그들이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라는 얘기할 때,
나의 얘기를 하고싶었을 뿐이다.
내가 왜 고양이를 보낼 수 없는지.
말이 좋아 다른 곳에 보내는거지.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 삶의 반려동물의 시작은
대여섯살 때 할머니네 집 개, 바둑이였다.
그렇게 큰 개는 대여섯살인 내 인생에서 처음보는 존재이자 위협이었다.
경계심이 많았던 나는 그 개가 무서워
할머니네 집에 들락날락 하면서도,
개가 묶여있는 곳에서 멀찍이 빙 둘러 떨어져 가면서 들어가곤 했다.
한 번은 그 개가 목줄이 풀린 적이 있는데,
두 발을 들면 내 키와 맞먹을 것 같은 등치에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 안전범위 안에 침범하려 드는 것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풀린 개를 보며
마당에서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울자
엄마가 뱀 나온 줄 알고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엄마가 왜그러냐고 묻는데,
나는 공포심에 곡소리내며 울기만 하느라
말은 못하고 천천히 개를 향해 삿대질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엄마가 개를 도로 묶고
나에게 다가오면서
"이것 봐. 괜찮아. 별 것 아니야."라고 얘기해 주었다.
엄마의 말 한 마디가 영향이 컸던 유년 시절.
아이의 경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시골이라 놀이터도, 친구도 없는 동네에서
동네 아무 할머니네를 주거침입하며 할머니들이랑 놀고 있었을 때,
개는 유일하게 체력이 넘쳐나는 친구가 되어 주었다.
왜 그렇게 나를 겁줬어.
이거 맛있는데 먹어볼래?
이것도 먹어. 저것도 먹어.
나 등에 한 번만 타도 돼?
할머니, 얘 한 번만 풀어주면 안돼?
할머니 얘 이름이 뭐야.
"바둑이"
아 얘는 바둑이구나.
바둑아 나랑 놀자.
우리 가족은 어느 도시에서 할머니네로 거처를 옮겼고,
할머니를 모시며 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바둑이와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고,
교감의 깊이는 깊어졌다.
어느날, 할머니가 어느 아저씨와 트럭에 바둑이를 실었다.
바둑이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바둑이 데려가지마. 바둑이 내려줘.하니까
할머니는 데려가야 한다며, 다시 데려올거라고 했다.
나는 아주 영민한 아이였어서 그 말이 거짓말인 것을 알았다.
지금 이 순간에 떼쓰고 울고불고하면 나를 데려가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그럼 나도 데려가. 이렇게 얘기했다.
그리고 어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뒤집어지고 배를 까고 누운거다.
바둑이 안돼!
안돼. 바둑이!
집에 도로 데려가!!
안돼!!
모두가 보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울어재껴대니
할머니도 곤란했으리라.
나에게 과자사준다며 할머니와 가게 아줌마가 달랬지만,
과자 필요없어. 안먹어. 바둑이랑 집에갈래.
하고 앉아서 엉엉 울어댔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그런데 어른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순간을 기억한다.
내가 어떤 짓을해도, 어른들은 움직이지 않을거라는 생각과 함께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먹고싶지 않았던 과자 따위에 못이기는 척하며
그럼 과자 사러가자.
라고 내뱉으며 느꼈던 그 감정은 '비참함'이었다.
개소주와 개고기가 만연한 시골에서,
어른들에게 반려동물의 의미는 없고, 가축의 기능만이 있었던 거다.
청소년이 될 때까지 시골에서 생활했는데,
그 사건 이후로 개, 닭, 오리 등 여러 동물과 지내면서
정 한 번 나눈적이 없었다.
어차피 없어질 거니까.
그래서, 나는 더이상 어떤 동물과도 교감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게 반려동물의 의미가 희미해져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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