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집사의 사생활/-블랙야크 100대명산 도전

18) 지리산 바래봉 #이 맛에 산을 다니지!!


날씨 : 13도~15도, 비, 강수 0.1~1.1
옷차림 : 산행시에 반팔, 정상은 바람불어 추우니 잠바떼기 걸쳐주기
A코스 : 전북학생교육원~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 정상(인증)~용산마을 운봉허브밸리주차장(약13.3km)
소요 시간 : 4시간 (쉬는 시간 포함 5시간)

한줄평 : 간만에 행복만 했던 산행이다. 그래!! 이 맛에 산을 다니는 거지!!



아침부터 비 소식이다.
이미 시간 지나서 차편 취소도 못하고
강수량 1mm대면 우비쓰고 다닐만해서 그냥 출발했다.
간만에 우중산행하고 좋지 뭐!
어렸을 땐 비 오는 날이 그렇게 싫었는데
저번 이문세 콘서트 때도 그렇고
차박도 산행도 비올때가 이제는 되려 좋을 때가 있다.

나이 먹더니 🅼🅸🅲🅷🅸🅽년이 되어가는 걸까..



각설하고 바래봉 A코스는 초행길이면
초반에 약간 헷갈릴 수 있다.
우선 위의 표지판이 나타나고
갈림길이 보인다면, 왼쪽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오른쪽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야한다!

요 부분에서도 길 따라가지말고
무조건 나무계단 따라 올라가자!


어느정도 올라오면 바닥에 차가 지나다닐 수 있고
길도 그 길만 있는 것처럼 보여서 지나칠 수 있는데
잘보면 표지판이 보인다.
콘크리트 길 놔두고, 가운데 산으로 향하는 흙길로 가시라.

이 부분만 잘 통과했다면
나머지는 바래봉 표지판들이 잘 되어 있어서 헷갈릴 일은 없을 것 같다.


곳곳레 지날 때마다 반달곰 출현주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마주칠 일 없을 거라 생각해서 푸흡 웃긴 했는데
혹시 몰라서 주의깊게 읽어두긴 했다.

한참 산행하면서 머릿속에 이 생각 저생각 하다가
나는 반달곰을 만나면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1. 새끼는 위험해서 안돼고.. 반달곰이 호의적이면 포도 좀 나눠 줄 수 있을까??
2. 반달곰을 멀리서보고 내가 반달곰 눈치 못채게 도망칠 수 있을까??
3. 나한테 달려들면 어떡하지?? 내가 스틱으로 휘젓는다고 안달려들까??
4. 그냥 무조건 보자마자 얻어맞을거 생각해서 머리 감싸고 쭈그려 앉아있어야 하나..?

한참 그 생각을 하고 걸어갔는데,,
갑자기 어흥 하는 소리가 났다.
큰 개에게서 날법한 소리가 빽빽한 나뭇속 사이에서 들려왔다.
그 순간 얼음이 됐다.
뒤이어 걸음으로 인해 나뭇가지가 탁탁 끊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더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으로 소리의 출처를 찾으려했으나 빽빽한 나뭇가지때문에 보지 못했다. 곰일까 무서웠다.

그리고 내 쓸 데 없는 상상은..
대비가 필요 없는 게.. 내 행동은
5. 순간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한다 였다.

눈으로 곰의 형상을 본 것은 아니니까
들개가 아닐까 싶기도 하긴한데,
여기 들개가 살긴하나 싶어서..
내가 무슨 소릴 들은 건지는 모르겠다
그건 나한테 어흥했던 그 동물만 알겠지..


이 지점에서 어흥 하는 소리를 들었다 ㅠㅠ



아저씨들을 앞질러서 가는데, 어느새 높아진 고도에
구름이 아래 깔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은 저래도 보자마자 우와!! 대박 미쳤다!!하고 소리칠 정도였다.

내 뒤에 아저씨도 보자마자 와~~~!! 하고 크게 외치더라

내 발 아래 구름이다.

피날레는 바래봉 인근이었다. 구름이 지나가면서 안개가지고, 그리고 또 다시 산등성이가 보이고,
진짜 보면서도 ‘와 내가 지금 정말 뭘 보고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건 정말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너무 아름답고, 신기하고,
아름다운 걸 본 나는 행복을 느끼고,
그 행복에 근심 걱정하던 것이 싹 씻겨갔다.

이게 뭐라고 나는 행복했다.
그래 내가 이 맛에 산 다녔지!!

불갑산 천관산 연이어 덥고 좋지 않은 경험들 때문에
산태기가 왔었는데, 오늘 다시 산의 즐거움을 상기하고 돌아가는 날이다.

지리산 바래봉!
너무너무 멋있었고
언젠간 친구들과 다시 한 번 오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