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차쯤 부터 몸은 새벽 정진에 적응했다.
기도문을 외우며 절하는 횟수를 세본 적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고 궁금해져 세어보니
108번을 훌쩍 넘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약간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문경에서 염주를 받아왔는데, 딱 108번을 세면서 절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염주가 108배 잇템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가끔 새벽 정진이 힘들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는데,
대부분 친구랑 여행을 가거나, 숙취 등의 이유로 불참한 다음 날이었다.
그래서 술이라도 줄여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다.
30일쯤 되는 지금의 마음은 혼란스러움이 가득하다.
10일쯤까지 내 기도문은 "00님 (싫어하는 사람) 감사합니다. 존중합니다."였다.
그 사람과 대화할때마다 화가나는 이유가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내 고집을 내려놓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108배를 진행할수록 "화를 표현하지 말아야지"라는 것은 수긍해도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하는 것엔 의문이 생겼다.
저 사람이 고집을 부리고, 그로 인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피해를 보는데,
다들 비난하는 상황에서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다고 해결이 되는 걸까?
수행문엔 밖으로 살피지말고 안으로 살피라 했다.
그러면 나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편해질지 의문이 들었다.
어떤 날은 내가 타인이던 자신이던 수용을 잘 못하는 구나, 하는 생각에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부족한 것이 정상입니다"
하고 기도를고,
또 어떤 날은 내가 감사할 줄 몰라서 그래, 하는 생각에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를 했고, (참고로 불교는 수행의 의미고, 내 종교는 기독교다. )
또 어떤 날은 별 일이 아닌데 내가 문제 삼아서 그래, 하는 생각에
"하나님 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하고 기도를 했다.
그런데 이런 기도들이 지금의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기도를 해야할까?
어느 날 일기를 써가며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 왜 화가 나는가? 어떤 것을 원하는가?
그러다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괴로운 줄로 알았는데,
되려 그 생각은 부수적인 것이었고 진짜 원인은 좋은 결과에 집착하는 마음이었다.
좋은 결과라는 것은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일이었다.
싫어하는 사람이 내가 인정 받는 길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바심이 들어 화가 난 것이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원래 내 마음대로 됐던가?
내 생각대로 한다고 인정을 받을 수 있던가?
인정 받으려고 노력할 수록 인정이 받아지던가?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어차피 결과는 내 손에 달려있지 않다.
그러나, 내 노력은 언제나 최선이었다.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했으니 그걸로 된거다.
그래. 그냥 그런거구나 하고 흘려보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지금 기도문은 이렇다.
"하나님, 저의 모든 노력이 최선을 다한 것임을 믿습니다.
결과는 제 손에 달려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시고,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제가 하고 있는 일들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그 자체로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하소서.
제게 주어진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 안에서 감사함을 찾게 해주소서.
누군가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를 내려놓고,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게 하소서.
부족해도 괜찮고, 그 부족함이 저를 성장하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소서.
저의 모든 노력이, 결과와 상관없이, 저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음을 믿습니다.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소서.
감사합니다, 하나님. 저를 언제나 지켜주시고 인도해주셔서."
"
성불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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