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 김영하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인간이란 부류에 어떤 의미를 두기 보다는 생물학적으로 동물로 보고 있는 쪽에 가깝다.
여타 다른 동물 저마다 설계된대로 행동하고 생각하듯이, 인간도 설계된대로 행동하고 생각하니깐..
뇌의 어느 지점을 활성화시키면 활성화된 대로 생각하게 되고 느끼게 된다.
사랑의 영역을 건드리면 사랑이 활성화되고,
분노의 영역을 건드리면 분노가 활성화 되는..
그리고 그 영역이 손실되면 이 사람은 두 번다시 분노나 사랑을 느낄 수 없으니까
그런 욕망들까지 모두 뇌에서 분비되는 일종의 호르몬의 장난일 뿐이다.
이런 내 생각을 제주도 앞바다에서 친구에게 말했던 적이 있는데
토끼눈을 하고 "그러면 너는 사람이 기계랑 같다는거야?" 라고 되묻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고, 행동한다면 우리는 기계에게도 권리를 부여하고
그 권리를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일까?
영장류가 인간, 고릴라, 침팬치, 원숭이 등으로 나뉘듯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도 인간과 다른 한 부류로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기계가 정말로 입력된 데이터에 의한 반응 때문인지, 사고를 하는 건지는 나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기계는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다만,
정말로 생각하고 하나의 존재와 객체로서 작동하는지
내가 기계가 되어봐야 진짜 객체로서 살고 있는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음은 내가 사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므로써 살 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우리는 절대 타인이 될 수 없고, 육체적으로 다른 존재가 될 수 없다.
그들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정말 사유하는지, 감정을 느끼는지 더더욱 판단할 수 없다.
과거에서부터 인간은 강아지, 고양이, 나와 다른 무언들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생물로 여겨왔고 학대해 왔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이 된 지 얼마되지 않았듯
오랜 기간동안 학대해 온 우를 다시 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 입장이 되어 정말 사유하는지 감정을 느끼는지 볼 수 없고 증명할 수 없다면,
우선 권리부터 인정해주고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편으로 드는 생각은 미래에 그런 날이 올까 의문이 들긴 한다.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렇게 까지 발전이 될까?라는 생각과 시니컬하게 보고있는 편이다.
내 공부의 깊이가 낮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단 내가 사는 시대에는 나오진 않을 것만 같다.
"내가 완벽하게 기계의 흉내를 내고, 그러다 언젠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어떤 것들, 예를 들어 윤리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다 저버린 채 냉혹하고 무정한 존재로 살아가게 될 때, 비록 내 몸속에 붉은 피가 흐르고, 두개골 안에 뇌수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인간일 수 있는 것일까?" p.69
동물은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에, 다만 자기의 기력이 쇠잔해짐을 느끼고 그것에 조금씩 적응해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잠이 들 듯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p.106